예비 고3 위한 수험생활 로드맵
예비 고3 교실은 벌써 긴장 가득
3개월씩 묶어 4시즌 지나면 수능
수시·정시 관계없이 내신은 중요
교과·수능·논술 등 강점 2개 찾기
6·9월 모평으로 희망대학 좁혀
수시 들뜨지 말고 차분히 ‘마이웨이’
지난달 2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치러졌다. 수능을 끝낸 고3이 해방감을 느끼는 요즘, “이제 정말 우리 차례구나” 싶어 긴장하는 고2가 학교에 존재한다.

 

한가람고등학교 2학년 황수현양은 “당장 3학년 선배들이 급식을 안 먹으니, 우리가 제일 먼저 배식받는다. 이렇게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수험생활이 시작됐음을 느낀다”고 했다.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이미 늦었다’와 ‘이제 시작이다’ 등 다양한 감정이 느껴져요.”

 

2018년 11월15일 수능 예정일까지 남은 12개월. 이를 3개월 단위로 자르면 총 4시즌이 나온다. <함께하는 교육>이 시즌별로 예비 고3이 준비하고 확인해야 할 것들을 톺아봤다.

 

 

시즌1. 고2 기말, 고3 중간을 잡아라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12월부터 2월까지. 시즌1에는 착실한 내신 관리와 나만의 강점 찾기가 열쇳말이다. 최선을 다해 고2 마지막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게 관건이다.

 

수험생활에 본격 돌입한 학생들 가운데에는 종종 “나는 ‘수능파’라서 내신은 대충 준비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두고 입시전문가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내신 교과 학습은 수능의 뿌리다. 정시를 목표로 입시 설계를 한다며 내신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라고 강조한다.

 

현대청운고등학교 정용호 진로진학부장 교사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비중이 커지면서 내신 성적이 합격 여부를 가늠하는 눈금자가 됐다”며 “학종의 특성상 서류와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입학사정관 입장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로 학생을 평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학업 역량과 학업 성취도를 본다. 물리학과에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이 물리 교과 내신 성적이 좋지 않다면, 학생의 지원 동기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고 했다. “고2 기말 및 고3 중간고사 성적을 잡아둬야 합니다. 착실하게 받아둔 내신 성적은 긴 수험생활 동안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겁니다.”

 

국·수·영·사, 국·수·영·과 등 주요 과목에서 자신이 고득점을 낼 만한 과목 두 가지를 정해놓으면 고3 시기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된다. 슬럼프를 겪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일종의 ‘믿는 구석’을 만들어두는 것이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김병진 소장은 “최소 2개 교과에 관심을 두자. ‘이 과목만큼은 내 필살기’라는 자신감과 각오를 다지고 수험생활을 시작하는 게 좋다”고 했다.

 

입시에서 5대 경쟁력이라 불리는 교과, 비교과, 수능, 논술, 실기 등 다섯 가지 영역에서도 자신만의 강점 두 가지를 꼽아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비교과와 논술이 강점이라면 수시 학종과 수능 뒤 논술에 집중해보겠다는 ‘큰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다. 김 소장은 “모든 수험생이 다섯 개 영역을 다 잘할 수는 없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버릴 건 버리는 배짱이 필요하다”며 “실제 자신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두 가지 영역을 선택해, 거기서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했다. “논술과 수능을 강점으로 택한 학생은 내신 성적 유지뿐 아니라, 수능 최저학력기준 등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장기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시즌2. 6월 모평에서 수능 기조 읽어라

 

내년 3~5월, 시즌2가 시작된다. 친구들과 목표 대학 등을 이야기하며 마음이 들뜨는 시기다. ‘누구는 A대학을 목표로 한다더라, 누구는 벌써 자기소개서를 다 썼다더라’ 등 ‘카더라’ 소식에 귀가 쫑긋해지기 쉬운 때다.

 

시즌2에는 목표 대학에 대한 고민보다 월초에 치러질 ‘6월 모의평가’(이하 6월 모평)에 집중하는 게 좋다. 모의고사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학력평가라 불리는 교육청 모의고사, 사설 모의고사,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평가원 모의고사가 이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6월 및 9월 모평은 수험생활의 ‘터닝 포인트’로 불린다. 평가원 모의고사야말로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바로미터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두 번에 걸친 모평 결과값에 주목해야 한다. 재수생 등 엔(N)수생이 함께 보는 시험인 만큼 실제 수능에서 받아볼 성적과 가장 비슷하게 나온다. 특히 첫 모평 결과에 따라 슬럼프를 겪느냐 마느냐로 나뉠 수 있어 중요하다”고 했다.

 

6월 모평 ‘뒤처리’도 중요하다. 정 진로진학부장 교사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그해 수능 기조를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 모평과 수능 출제진은 다르지만, 출제 유형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과정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시즌3. 자소서 스토리텔링에 몰입하라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수시 고민을 시작하는 시즌3(6~8월). 시즌3에는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등 서류 준비를 꼼꼼히 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경영학) 2학년 김진경씨는 “고1부터 수시를 준비해왔다면 독후활동, 동아리 경험 등을 통해 쌓인 자료가 꽤 많을 것이다. 미리 자신의 수상 경력, 글쓰기 등 교내 대회 참가 내용을 차곡차곡 모아뒀다면 자소서 쓰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활동한 게 많아도, 자소서에는 3개 정도 추려서 들어갑니다. 저는 클리어 파일에 모든 교내 활동 내역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점착 메모지에 그때그때의 소감과 해당 책을 읽은 이유 등을 요약해 붙여뒀어요. 그렇게 3년치 클리어 파일을 한 권씩 모아두니, 자소서 쓸 때 ‘나만의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지더라고요.”

 

특히 자소서에는 교내 활동에 대한 앞뒤 맥락을 논리적으로 써내는 게 중요하다. 김 소장은 “동아리, 수상 경력 등은 이미 학생부의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대학 입장에서 궁금한 건 수험생이 그 활동을 왜 시작했는지, 어떻게 진행했는지, 자신에게 무슨 영향을 끼쳤는지 등이다”라고 했다. “수학경시대회 나가서 상을 받은 경우, 상 받았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학생부에 다 적혀 있으니까요. 경시대회에 나간 이유, 상을 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수상 뒤 자율동아리를 만들었는지 등을 자소서에 녹여내는 게 핵심입니다.”

 

 

시즌4. 수시 원서 쓰고 붕 뜬 마음 잡아라

 

시즌4가 시작되는 9월, 수험생들은 이때 6개 대학을 골라 수시 원서를 쓴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1학년 안형준씨는 “이때가 마음이 붕 뜨기 딱 좋은 시기다. 원서 접수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드디어 입시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남은 기간을 허비할 수 있다”고 했다.

 

9~11월은 수험생 각자의 목표 대학과 진로에 따라 ‘마이 웨이’가 결정되는 때이기도 하다. 김 소장은 “수시 원서 접수 뒤 면접·수능·논술의 길 등으로 학생마다 다른 지도를 손에 쥐게 되는 때다. 수능 치르고도 계속될 논술·면접 등의 입시 문턱을 잘 넘으려면, 자기만의 속도로 달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모평 오답노트 정리는 모든 수험생이 반드시 해야 한다. 김진경씨는 “6월과 9월 모평 때 틀린 유형을 각각 비교·분석해보면서 수험생활 동안 놓친 교과별 단원은 없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11월 수능을 치른 뒤엔 면접과 논술 등 일정이 남아 있어 달력에 체크해두는 것도 필수다. “시즌4의 마지막 관문으로 면접을 남겨둔 친구들이 많았어요. 면접의 경우 수능 치른 뒤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시간을 활용했습니다. 면접이 ‘말로 풀어내는 논술’인 만큼 논리적인 말하기가 중요해요. 저는 사회 교과서에 있는 ‘활동하기’로 면접 준비를 했습니다. 내 학생부를 부모님이나 제3자에게 보여준 뒤, 아주 자잘한 질문까지 받아 순발력 있게 답변하는 연습도 해보세요.”

 

김지윤 <함께하는 교육> 기자 kimjy13@hanedui.com